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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은 다른 장애 유형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하다. 밖으로 나서면 부딪히거나 다칠 위험이 크고, 비장애인에 비해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길 위에는 점자 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조형물이나 나뭇가지 하나도 위협이 된다. '걷는 것'이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전이 되어버린다.
▲남산산책로남산 산책로 점자블록
서울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산책로 중 하나는 남산 산책로다. 이곳은 점자 블록이 설치되어 있고, 큰 나무와 다양한 꽃, 물소리까지 있어 감각적으로 풍부하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향과 시원한 바람은 산책을 더욱 즐겁게 한다.
'운동을 허락하지 않는 환경'이라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자 역시 종종 남산 산책로를 찾는다.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시각장애인 지인을 만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그러나 늘 남산을 찾기엔 거리와 시간이 부담된다. 대신 기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브릿지가든'이라는 산책로가 있어 아침 저녁으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점자 블록은 없어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운동 부족을 호소한다.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후배는 "운동을 하고 싶어도 집 밖에 나오면 차들이 많아 늘 부딪힌다"고 토로한다. 가까운 한강변도 자전거와 차량이 많고 점자 블록조차 없어 혼자서는 산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종로구 사직동에 거주하는 맹학교 선배 역시 마찬가지다. 인근 사직공원이 있지만 점자 블록이나 편의 시설이 부족하고, 화장실 찾기도 쉽지 않다. 활동 지원사나 지인과 함께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현실이다.
운동 부족은 결국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이는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에게 닥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불평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구조의 문제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주로 거주하는 임대아파트 단지에는 점자 블록과 작은 산책 공간이라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공원 역시 시각장애인이 혼자서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 블록, 안내 표지, 안내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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